[OSEN=최이정 칼럼] 그들도 한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방시혁과 민희진은 왜 이렇게 됐을까? 뉴진스 대모를 자처하는 민희진의 하이브와 방시혁을 향한 공격이 거세다. 자신을 약자의 위치에 올려놓고 여론몰이를 해가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난장판 기자회견의 민희진 패션이 유행할 정도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속내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민심은 오리무중이다. 와중에 어른 싸움에 자꾸 애들(뉴진스)을 끼워 넣는 꼴불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세간에서 민희진은 '뉴진스의 엄마'로 불린다 . 한 마디로 그가 뉴진스를 다 만든 것처럼 알려졌지만 속사정은 미묘하다. 아이돌 그룹의 탄생은 새싹들을 찾아 멤버로 키우는 첫 단계 과정이 가장 지고지난한 작업이다. 인생사로 보면 임신해서 아기를 낳고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의 세월이랄까. 어찌됐건 아이돌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작업임에 분명하다.
방시혁이 민희진을 하이브에 스카웃, 뉴진스를 맡겼을 때 구 빅히트 매니저 가운데 일부는 피눈물을 삼켰을 것이다. 걸그룹 뉴진스의 태동에 자신의 모든 걸 갈아넣은 인물들이기에 그렇다. 방시혁은 이들의 불만을 '민희진이 (뉴진스를) 잘 키울거야'라는 한 마디로 눌렀다.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민희진은 뉴진스를 잘 키웠지만 이제 날로 먹자고 방시혁에게 저주의 독설을 퍼붓는 중이니까.
어른들이 이렇게 싸우는 동안 아이들은 일했다. 지난 6월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뉴진스(민지·하니·다니엘·혜린·혜인)의 팬 미팅에는 9만 1000여 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데뷔 1년 11개월 만의 도쿄돔 입성은 해외 아티스트 사상 최단 기록이라고도 한다. 16세부터 20세 사이의 다섯 소녀가 거둔 쾌거다.
하지만 이 무고한 소녀들은 ‘어른들의 싸움’이 촉발한 팬덤싸움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도쿄돔 공연 이틀 전인 6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뉴진스를 겨냥한 칼부림 예고글이 올라와 팬들을 놀래켰다. 당사자들은 얼마나 섬칫했을까?
솔로몬의 심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인한테 솔로몬은 각자 양쪽 팔을 붙들고 당겨 나누라는 잔인한 판결을 했다. 당연히 친모는 울면서 물러났다. 자식을 위하는 진정성은 감언이설의 홀림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솔로몬이 밝힌 것이다. 지금 뉴진스를 위한다고 뉴진스를 진흙탕 난투극에 끌고 들어간 건 민희진이 아무리 억울한게 많다고 해서 곱게 보이지 않는다.
와중에 뉴진스의 도쿄돔 공연에 방시혁이 안보였다고 지적하는 기사도 나왔다. 어쩐지 방시혁이 옹졸해 보이는 뉘앙스다. 하지만 방시혁은 기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공식요청이 없는 한 아티스트와 관련된 이벤트와 공연에 참석하지 않는다. 제가 참석한다고 하면 구성원들이 심리적 압박이나 월권행위의 느낌을 받지 않겠는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말이 있다. 하이브는 이제 딸린 식솔(레이블)들이 많은 거대 엔터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하나 하나의 성장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 이들이 잘 되야 하이브도 먹고 사는데 방시혁이 뉴진스를 홀대했다는 공격에 방시혁은 뭔 말을 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저는 제 살 깎아먹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해야되나. 그는 이전에 "레이블이 준비하는 앨범과 컨텐츠는 총괄 프로듀서로서 직접 관여하는 건을 제외하고는 사전에 열람을 요청하거나 실제 열람을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하이브 핵심들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방시혁이 뉴진스 공연에 갔다면 가뜩이나 어른 싸움에 피해를 보는 아이들에게 더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 민희진은 처음 이번 사태를 야기하면서 '방시혁이 뉴진스의 인사도 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둘 사이를 이간질했다. 당연히 팬심도 분노했고 방시혁은 궁지에 몰렸다. 일단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느니 차분히 기다리면서 하이브의 보물에 더이상 흠집이 나지않도록 신경쓰는 게 경영자로서의 바른 판단일 것이다.
민희진 대표는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너 한 대, 나 한 대 쳤으니 끝!’이라는 피장파장 논리로 넘어갈 수 있을까? 다친 사람이 너무 많다. 일단 뉴진스가 알게 모르게 입은 상처가 크다. 안타까운 일이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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