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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원들 "준중증 62% 몰려…응급실 역할 걸맞는 지원해달라"

대한아동병원협회,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회견 개최
케이타스 1~2등급 등 위급·중증 소아도 대학병원 등 전원 녹록지 않아
"전공의 이탈 등으로 회복불능…역할 상응하는 인적·물적 지원 필요" 호소

"(아동병원이) 대학병원처럼 응급실을 유지하기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 있고 배후진료도 시켜줄 수 있는데요. 거기 걸맞는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지금껏 소아(의료) 관련 정책을 만들어낸 분들은 성인 진료를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소아진료체계가 나빠지고 붕괴되기까지 바뀐 게 하나도 없거든요.

이제는 '어린이건강보험법'이란 걸 만들어서, 아이(진료 부문)는 따로 떼내어 저출생 정책 등에 통합해 관리해줬으면 합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장)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권역 내 소아환자들의 최종치료를 맡는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아동병원들이 대학병원 등으로 이송돼야 할 준중증 이상 환자들까지 떠맡고 있다는 호소다.

현행 의료체계상 2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아동병원들은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케이타스(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3~5등급 정도 환자는 무리 없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중등증을 넘어선 1~2등급의 경우, 아동병원에서 1차 처치를 하더라도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를 위해서는 3차 병원으로 전원(轉院)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일반적인 아동병원이라면 KTAS 3~5등급 정도인 고열·장염·폐렴·열성경련 정도는 충분히 커버가 된다"며 "(다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호흡곤란 중에서도 호흡부전이라든가 심정지 등의 상황이 되면 감당이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또 "(중증·응급도가) 1~2등급이거나 (그에) 임박한 상태면 저희도 볼 수가 없어서 타 병원으로 옮기는데 '원거리 전원'이 이뤄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동병원협회가 지난 27~29일 회원 병원 117곳 중 50곳이 응답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동병원 '10곳 중 9곳'은 사실상 소아응급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구급차로 전원되는 응급환자 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한 아동병원 56%는 '5명 이하'라고 답했고 △'6~10건' 22% △'11~15건' 4% △'16건 이상' 6%로 각각 집계됐다. 한 아동병원의 경우, 월별 119 전원환자가 120명에 달하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치료 난이도가 높은 환아 비중이 60% 이상에 이른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간 구급차로 이송받은 환자 가운데 준중증 이상 환자가 5명 이하라는 답변은 52%였고, 6~10명이라는 병원은 10%로 나타났다. '0명'이라고 대답한 아동병원은 38%에 그쳐, 소아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들이 의료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소아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기 매우 어렵다는 응답은 72%에 달했다. 환자를 옮겨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받아줄 수 없다'며 고사하는 상급병원이 대다수란 얘기다.

이들 병원은 중증 위급환자를 대학병원에 보낼 때 한 환자당 연락해본 병원이 몇 군데인지 묻는 항목에 90%가 '5건 이하', 6%는 '6~10건'이라고 답했다. 특히 환자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 전원된 비율도 50%로 나타났다.

이홍준 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얼마 전 한 원장님께서는 누가 봐도 큰 병원에 가야 하는 환아의 이송을 위해 본인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대학병원 교수님 열 분께 전화를 돌렸다고 하더라"며 "공식적인 루트로는 (전원이) 도저히 되지 않으니 '제발 좀 받아달라'고 읍소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이사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해 저희가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3차 병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그런데 중증환자가 한 명 딱 들어오는 순간 외래 등 모든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올스톱'이다. 50명이든 100명이든 대기 중인 환아도 다 놔두고 그 환자 한 명에게만 매달려야 한다. (보호자 등의) 컴플레인 등은 그 이후 저희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소아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의료체계가 무너진 것은 최근 의·정 사태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현상이란 게 아동병원들의 전언이다. 직접적 계기가 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명맥 유지도 쉽지 않아진 가운데, 이마저도 현재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 예정이다 보니 '회복 불능' 상태라고 협회는 전했다.

최 회장은 "일단 기본적으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과 비슷한 수준의 인적·물적 지원을 정부가 해줬으면 좋겠다"며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게 있어도 저희 규모에선 유지도 어렵다"고 밝혔다.

정성관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도 아동병원이 '대학병원화(化)'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아니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예를 들어 저희가 소아암 환자 진료를 본다거나 아주 고난이도의 수술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며 "대신 환자들의 접근성을 더 용이하게 하는 취약시간대 진료라든가, 준중증일 때 더 악화되지 않게끔 개입하는 부분을 (당국이) 인프라적 차원에서 우선순위에 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공의 의무 할당제'를 고려해 달라는 제언(이창연 아동병원협회 부회장)도 나왔다.

최근 전담부처 신설 등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해서라도 '태어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구축해 달라는 게 아동병원들의 요구다.

최 회장은 "소아과에 오는 아기 엄마·아빠들은 이른바 '스타팅 패밀리(Starting Family)'다. 사회 초년생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이 사람들이 마음 놓고 안심하고 애를 키울 수 있게 (지원)해줘야 될 게 아닌가. 저출생 예산을 이상한 데 쓰지 말고, 아이들한테 써 달라"고 호소했다.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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