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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님’ 아닌 ‘오빠’라 부르면 단속”…북한 인권의 충격적 민낯 [뒷北뉴스]
뭘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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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탈북민 649명의 증언을 토대로 최근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이듬해부터 매년 비공개로 발간됐던 북한인권보고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 발간된 뒤 올해도 공개 발간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북한이 이른바 '3대 악법'으로 꼽히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근거로 한 여러 주민 통제 사례가 수록됐는데요.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봅니다.

■"'오빠' 쓰면 단속…'오라버님'이라고 해야 한다더라."

"손전화기(휴대전화)를 들고 걸어가면 단속원들이 손전화기를 다 뒤져봅니다. 주소록도 단속하는데 주소록에 '아빠'라고 쓰면 우리 식이 아니라고 단속합니다. ... 선생님도 '쌤'이라고 쓰면 단속을 합니다. "

북한이 2023년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남한식의 말투와 호칭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이 법 58조는 특히 '괴뢰말투사용죄', 즉 남한 말투 사용을 금지하며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남한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문자메시지나 인쇄물, 녹화물 등을 만들면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이나 최대 사형에까지 처한다고 할 만큼 엄격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탈북한 '동해 목선 탈북민'도 지난 26일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아빠'라는 단어 자체는 북한에서 안 쓰는 당연한 남한 말로 인식돼 있고, 아버님 또는 아버지가 공통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오빠'라는 단어를 쓰면 단속한다"고 증언했는데, "오빠가 아니면 뭐라고 불러야 하냐고 물었더니 단속하는 사람이 '오라버님'이라고 해야 한다더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부가 흰색 드레스 입어도, 주민들이 선글라스만 껴도 '반동'?"

"강연 영상 속 해설하는 사람은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것도 '괴뢰식(남한식)'이고, 신부가 흰색 드레스 입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 모두 '반동'이라고 했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처벌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결혼식에 나온 사람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죄인처럼 서 있었습니다."

다소 황당한 단속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한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주민 교육용 자료 영상에서 결혼식 때 흰색 드레스를 착용하는 것, 선글라스 착용, 와인을 마실 때 와인 잔을 사용하는 것 등을 모두 '반동'으로 규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결혼식에서는 통상 신랑은 양복을, 신부는 한복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 자체가 서양식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선글라스의 경우 당장 김정은 위원장만 해도 노동신문 등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매체에도 착용한 모습이 자주 실리고 딸 김주애까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타나곤 했는데, 이를 주민들에게 '반동적'이라고 교육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난쟁이 거주 제한 위한 '난쟁이 마을'도 존재"…여전한 장애인 차별

"'난쟁이 마을'이 (양강도) 김형직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난쟁이(왜소증 장애인)들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난쟁이가 또 나올까 봐 거주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이미 2003년 '장애자보호법'을 채택하고, 이를 통해 '장애자들의 권리와 이익 보장'을 천명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장애인 차별의 뿌리는 깊다는 증언도 다수 수집됐습니다.

장애인 집단 거주지인 '난쟁이 마을'이나 '곱새(척추 장애인) 마을' 등이 대표적인데, 한 탈북민은 자신이 2017년경 왜소증 장애인들이 거주할 주택을 건설하는 돌격대에 동원됐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평양 인근 평안남도 평성시 산 아래 밭이 있는 장소로 도면상으론 일반 주택보다 집이 매우 낮았다고 합니다.

반면 이와 반대로 과거엔 장애인들의 평양 거주가 제한됐으나, 2020년쯤 장애인에 대한 평양 거주 제한이 없어졌고 거주지 자체도 더는 제한하지 않는다는 증언도 함께 수집됐습니다.

■ "강제 북송 여성에 성폭력·강제 낙태도"

여성, 특히 탈북해 중국 등 제3국으로 갔다가 강제 북송된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심지어 강제 낙태 등 인권 침해 사례도 다수 수집됐습니다.

"(동료 수감자가) 새벽 1시쯤에 울면서 저에게 '비서가 찾으니 남자 직원 탈의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 그곳에서 저 역시 (비서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

북송된 수감자들에 대한 성폭행은 많은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례로 2008년 북송됐던 한 여성 탈북민은 거주지의 안전부에서 조사 담당 안전원과 계호원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북송 여성 중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경우 구금 중 강제 낙태를 당하기도 했는데, 2015년 전후 함경북도의 한 인민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여성 증언자는 당시 산부인과 의사와 동행해서 북송된 여성의 낙태 수술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보고서는 기관원 인솔하에 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낙태 수술이 이뤄진단 점에서, 북한 당국 차원에서 강제 낙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 증언자들은 북송 여성들이 세관이나 보위부에서 알몸 검사, 또는 체강검사(구금 시설에 구금된 사람을 대상으로 항문 등을 육안이나 기계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를 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돈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이었습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이렇듯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로 국내 입국 탈북민이 연간 2백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수 탈북민의 증언을 토대로 쓰여진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검증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으로 '폭로'와 '검증'이 균형을 찾아 나갈 수 있는지가 북한인권보고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민철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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