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임박했지만 경북 전체 복구율 55%… 문경 20%, 예천 54%
문경 수평지구 사방댐 사업부지서 문화재 발견돼 시공 지연되기도
"장마 시작되는 6월 말까지 전체 복구사업 72.8% 완료 목표"
지난 17일 경북 문경시 산북면에 있는 가좌리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 왕복 1차로 도로를 따라 펼쳐진 대하리천은 황폐했다. 지난해 폭우 당시 급격히 불어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가냘픈 물줄기만이 돌무더기 사이를 겨우 비집고 졸졸 흘러가고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나무들은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채 기울어져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했다. 도로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엔 전봇대처럼 생긴 길쭉한 자재들이 쌓여 있고, 공사 현장 옆 담벼락엔 '주민 협조는 튼튼한 복구와 빠른 일상 회복의 기초가 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하지만 '빠른 일상 회복'은 올해 장마철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이뤄질 예정이다.
대하리천 수해복구 공사 현장소장은 "내년 상반기 공정률 70%를 목표로 지난 4월부터 공사에 필요한 준비에 돌입해 현재는 석축 쌓기 단계"라며 "본격적인 교량 공사는 집중호우로 붕괴할 위험 때문에 장마철이 지난 올해 10월부터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갓 절반을 넘어선 경북의 재해 복구율
지난해 6~7월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카눈은 경북 지역의 산과 밭, 도로와 건물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피해를 남겼다. 특히 북부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26~30일 사이 영주에 330㎜, 봉화에 260.5㎜의 비가 퍼부었다. 그다음 달 7~18일 문경은 57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우로 인한 경북의 공공시설 피해 금액은 모두 2천326억원에 달한다. 불어난 물로 인해 하천‧소하천에서 발생한 피해가 1천278억 원이었고, 산사태‧임도(348억 원)와 도로‧교량(229억 원)의 손실도 컸다.
다시 올해 장마철이 코앞이지만 경북의 복구율(복구사업 대비 준공 건수)은 아직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경북도와 17개 시군이 진행 중인 복구사업은 모두 2천342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5.0%인 1천288건만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밝힌 전국 평균 복구율(중앙부처 사업 포함) 66.8%에 못 미치는 수치다.
경북의 복구사업 중 42.7%(999건)는 여전히 공사 중이며, 2.3%(55건)는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북도는 "미준공 사업 1천54건에 대해선 오는 6월 말까지 416건을, 올해 연말까지 591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초지자체별로 보면, 문경시가 234건 중 47건만 준공해 복구율이 20.1%로 가장 낮았다.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예천군의 복구율도 54.2%(168건 중 91건)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피해가 집중된 영주시의 경우 63.1%(449건 중 279건), 봉화군은 78.1%(398건 중 311건)다.
문경시의 대표적인 복구사업인 수평지구 지구단위종합복구사업(이하 수평지구사업)은 지난 7일 겨우 착공이 이뤄져 현재 공정률은 5%에 불과하다.
총사업비 133억원(국비 108억7천만원, 지방비 24억5천만원)이 투입되는 수평지구사업은 소하천 2.55㎞, 교량 재가설 11곳, 리도 201호선 2.0㎞, 사방댐 7곳, 계류보전 1.2㎞ 등의 복구를 골자로 한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완료 기간은 2027년 5월까지다.
수평지구사업 중 산림환경연구원이 추진하는 사방댐 조성 공사는 당초 이달 말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문화재가 발견돼 시공이 지연됐다. 내달 초까지 사방댐 2곳 중 1곳의 공사를 완료하는 게 목표지만, 현재 공정률은 40%에 머물고 있다.
이대학 문경시 안전재난과장은 "현재 공사 중인 사업 대부분이 마무리 단계여서 실질적인 복구율은 80% 정도라고 볼 수 있다"며, 수평지구사업에 대해선 "올해 장마철에 대비해 교량, 도로 등 공공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는 마쳤다. 지난 5월 재난감시용 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등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 전에 끝날까요?…사방댐·배수로 간절한 주민들
지난해 집중호우로 예천에서 17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이 가운데 5명이 효자면 백석리에서 발생할 만큼 피해가 컸다. 백석리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내내 공사 현장이 펼쳐졌다. 분주히 땅을 파는 굴착기, 도로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인부 등의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백석도로(리도 201호선) 재해복구사업' 현장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새로 짓고 있는 다리 너머로 보이는 뚝 끊긴 오솔길은 산꼭대기에 간신히 매달려 비명을 내지르는 듯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마을은 마을회관에서 비좁은 오르막길을 걸어서 20분 정도 오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도 '효자 백석리 농로 (012)재해 복구사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공사기간은 지난 4월 26일부터 오는 10월 24일까지로, 장마철을 지난 뒤에야 준공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백석리 산39번지 일원에 사방댐을 세우고, 경사를 완화해주는 구조물(바닥막이)을 조성하는 공사가 내달 초 준공을 목표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다. 효자면이 실시하는 배수로 설치와 도로 정비도 지난 21일 시작해 오는 7월 20일 준공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 이모(65) 씨는 "사방댐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배수로 설치는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배수로를 만들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여름도 걱정이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한편, 백석리와 마찬가지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감천면 벌방리 일대에서도 예천군이 사방댐을 조성하고 있으나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지난 11일 찾은 벌방리 임시주택 단지 옆 담장엔 '토석류방지시설(=사방댐) 3월 말 착공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수해 피해지를 안전하게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2개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착공한 벌방지구 사방댐 공정률은 64%로, 모두 9곳 중 2곳만 완료됐다. 나머지 7곳은 내달 중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선 사방댐 공사를 우선적으로 마쳐야 해 어쩔 수 없이 마을 정비 공사가 후순위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 두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공사 차량, 장비 등이 좁은 외길로 한꺼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둘 다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 전체 복구사업 준공률을 72.8%까지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탐사팀
윤정훈 기자 hoony@imaeil.com,김우정 기자 kwj@imaeil.com,박상구 기자 sang9@imaeil.com,서광호 기자 kozm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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