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불똥 간호대로
상반기 간호사 채용 대형병원 1곳
간호대생 취업난에 휴학까지 고려
악화일로인 의대 증원 사태의 불똥이 간호대 졸업반 학생들에게 튀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 경영난에 빠진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올해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 중인 곳은 중앙대병원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1월 인력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을 대상으로 동시에 간호사 최종면접을 보는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전공의 이탈로 병원 사정이 안 좋아지며 무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간호사들도 무급휴직을 보낼 정도로 사정이 나빠서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계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채용 의사를 명확히 밝힌 병원은 상반기 중앙대병원 1곳, 하반기 원광대병원 1곳뿐"이라 전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은 병원들이 하반기에 채용 공고를 낼지는 예단할 수 없다"며 "만약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한다면 원래 계획대로 10월에 모아서 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원래였다면 2월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 발표 후 2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신입 간호사 발령이 났어야 하지만, 전공의 사태로 올해 발령도 대부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사정은 더 안 좋다. 거의 매년 세자릿수의 신규 간호사를 채용해온 이들 병원은, 올해 안에 내년도 신입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간호대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느니,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덜 불안하고 향후 취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간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간호사를 준비하는 모임(간준모)'에는 '휴학할까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이 밖에도 '역대급 불취업(어려운 취업)', '이러려고 4년 열심히 공부했나' 등 반발이 담긴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간호대 예비졸업생으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4(학년)-2(학기) 남았는데 휴학할까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대학병원들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절망했다. 이러려고 4년 열심히 했나 싶으면서 갑자기 번아웃이 와서 너무 우울하다. 차라리 1년 건너뛸까 싶다. 내년 취업시장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고민이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교수님들은 휴학 추천하시더라. 지금 상황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많은 분이 휴학을 고민 중이라 휴학 인원도 꽤 될 것 같다'는 등의 공감 답글이 여럿 달렸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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