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쯤 도쿄특파원단은 단톡방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일본 총무성이 ‘오늘 3시에 담당 과장이 한국 언론 한 곳과 전화 인터뷰하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 명하고만 통화할 테니 한국 특파원단이 ‘풀(pool·공유)’해 한국 국민들에게 일본의 입장을 보도하란 얘기다. ‘일본이 네이버에서 라인의 경영권을 뺏으려 한다’는 논란에 대한 일본 입장이니 취재 가치는 충분했지만 도쿄특파원단은 “통화가 아닌,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원한다”며 거절했다.
이유는 한 명의 전화 인터뷰 형식으론 한국 언론들이 총무성 입장을 대변하는 데 그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앞서 총무성은 한국대사관 관료들이 방문했을 때 “행정지도의 문구를 봐라. 어디에도 네이버에 야후라인의 지분을 팔라는 말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행정지도에는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재검토’라고 쓰여있다. 총무성은 “재검토를 어떻게 할지는 민간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이다.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보유해 한 주만 넘어가도 경영권을 잃는다.
도쿄특파원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총무성에 ‘네이버가 경영권을 잃지 않는 방식의 다른 재검토는 대체 무엇이 있나’를 집요하게 묻고 싶었다. 답변을 회피한다면 그 모습도 기록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도쿄특파원단이 거절하자, 일본 총무성은 그날 바로 서울에 있는 한 언론사와 통화했고, 예상대로 ‘日 총무성 당국자, “라인야후 행정지도, 지분 매각 강요 아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서글펐던 대목은 일본 총무성의 무례한 대응만이 아니다. 주일 한국대사관에 물어보니,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드세니 전화로라도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달라’고 총무성에 요청한 게 한국 정부였다는 것이다. 도쿄특파원단이 거절했을 때 서울의 한 언론사를 섭외해 연결한 것도 한국 외교부였다. 한국 관료들은 ‘한일 관계 개선이란 윤석열 대통령의 치적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했고 일본 총무성은 담당 과장의 통화 한 통으로 ‘우방국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생색냈을 터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관료가 기자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가장 기뻐하던 당신이 왜 논란을 일으켰냐”고 물었다. ‘적대국 대하듯… 일본, 한국 IT 기업에 “지분 팔고 떠나라”'(4월 25일 자)는 기사로, 이 문제를 제기한 게 본지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일본과 같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한국의 국익. 우리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한일 관계 개선을 기뻐할 수는 없다.” 기자는 되물었다. “윤 정권은 그게 아니었나? 일본과 친해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나.”
https://www.chosun.com/opinion/correspondent_column/2024/05/07/D6YOYMGCWZA57C4CYWVLGVMQ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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