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형어미 ‘ㅇ’ 받침..아산 맹씨행단 인문학
주변엔 축제 개막한 이순신운동장,외암마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뭐하냥, 우리 주말에 놀장.”/ “아, 나 가족이랑 선약 있당.”
“와, 어딘뎅, 좋은데냐공?”/ “사진 잘 나오는 아산 피나클랜드 간당.”
이는 요즘 10대부터 60대까지 흔한 모바일, 인터넷 SNS 대화방 말투이다.
그런데, 이런 21세기형 디지털 말투는 알고보면, 600년전인 15세기에 재상을 지내던 어르신이 가장 먼저 만들었다.
검은 소를 타고 다니며 피리를 불었던 위인으로 기록된, 고려말 조선초 청빈 선비 이자 재상, 맹사성(1360~1438)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맹사성 선생
그는 고려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의 주인공 최영장군의 손녀사위이다. 아산에서 살던 최영 장군의 살림집은 맹사성 선생이 이어받았다.
맹사성은 충남 아산시 배당읍 행단길 이 소박한 살림집 마당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은 뒤 이곳에서 공부하고 후학을 가르쳤다.
외암민속마을, 당림미술관, 온양향교, 배방산성, 24일 성웅이순신 축제가 개막된 이순신종합운동장과 가깝다.
15세기 맹사성 선생이 21세기 디지털 대화체의 선구자가 된 과정은 이렇다.
그가 세종대왕 밑에서 정승을 하던 때 고향인 아산(당시 신창현, 지금도 신창역 있음)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 지금의 용인 근처에서 비가 오자 여관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있던 처음 본 젊은이와 편안한 대화를 하게 된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하는 두 주막손님 노인과 청년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서로 대화할 때 의문형어미와 종결형어미의 받침에 각각 ‘ㅇ’를 붙이기로 한다. ‘~하는고?’는 ‘~하는공?’으로, ‘~한다’는 ‘~한당’으로 대화하기로 했는데, 바로 ‘공당 문답’이다. 한글 반포 직전이니, 한자로 그럴듯하게 ‘公堂’문답이라 정했다.
“한양에는 뭐 하러 가는공?”/ “과거 시험 보러 간당.”
“무슨 시험인공?”/ “녹사(錄事:의정부와 중추원에서 행정실무을 하는 중하위직 관리) 시험 보러 간당.”
“내가 합격시켜 줄공?”/ “에이, 웃기는 소리당.”
둘은 한양에 이르러 헤어지고, 며칠 후 맹사성이 궐내 행정관청에 있는데, 녹사 시험 합격자들이 신고식을 왔고, 좌의정 맹사성은 그 중 한 명에게 말한다.
"시험 결과가 잘 나왔는공?“
그러자 주막집에서 만났던 그 청년은 그때 그사람이 좌의정 맹사성인 것을 알아채고는 너무 놀라 엎드리며 소리쳤다.
“죽어 마땅하옵니당!”
재상 맹사성은 이렇듯 소탈하고, 명랑했으며, 청빈했다.
10여년 전 부터 인터넷에 말끝마다 ‘ㅇ’을 붙인 대화체가 난무하자, 맹 재상의 600년 후배쯤 되는 베이비붐 세대 일부 부모가 한때, 청소년 언어문화의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맹사성 선생은 선각자였다. 리듬감 있는 자음 ‘ㅇ’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인간관계를 더욱 명랑하고 부드럽게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다. 지금은 1960년생도 1360년생 맹사성 선생 처럼 인터넷,모바일 대화때 공당문답을 한다.
-생략
- 선택됨
- 현재 페이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