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갑자기 많은 댓글이 달려서 일일히 답글을 달기는 힘들 것 같아서
추가글로 대신합니다.
양가에 혼주석 비우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한풀이처럼 적은 글에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 갑니다.
생활비는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1인 가구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결혼식에 와서 깽판 놓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결혼식 날짜는 물론 시간대 장소 모두 알리지 않은 상태이고요.
겹치는 지인 및 친척들에게는 청첩장은 물론 이후의 진행도 알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남편은 연애시절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봤고,
시댁도 저의 사정을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상견례도 생략할 때 이해해주셨고요.
세상사 안 시끄러운 집 없으니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제가 괜히 눈치를 보고 있었나봐요
결혼 준비하면서 마음 약해질 때마다
적어주신 따끔한 충고 새기면서 다시 마음 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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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입니다.
저는 어머니와 그렇게까지 유대감이 깊지 않아요.
오랜시간 집에서 함께 살았지만,함께 살때는 생활비 대는 딸이었고, 20살부터 가족들의 생활비를 보태왔고,
생활비가 부족하다 이야기하실 때는
제 이름으로 장학재단에서 생활비대출도 해드렸습니다.
내역 확인해보니 생활비 대출만 4학기 받았네요.
나중에 갚아주겠다 이야기하셨는데
결국 하나도 안갚아주셔서 제가 몇년동안 아둥바둥하면서 갚았고요.
대학생활 4년 내내 손 한번 벌린 적 없었고
주말알바, 저녁알바,남는 시간엔 단기알바 뛰어가면서
학교 다녔고, 그 금액 조차도 생활비에 보태라 닦덜하시던어머니. 본인은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제가 집에 있는날마다 눈치를 주셨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였는데요.
하늘에서 내렸다던 장녀는 대학등록금 다 대주고
몇년을 취준생으로 보내도 한없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졸업하는 순간 1800의 빚을 안고 시작했던 차녀는 모른척하시고요.
졸업반때 대기업 계약직으로 본격적인 회사생활을 시작해서 그때부터는 진짜 5만원 10만원 푼돈이라도 꾸준히 학자금대출을 갚기 시작해서 비로소 작년에 전부 상환하고 나서 펑펑 울었네요. 장학재단에서 보낸 상환완료 카톡알림이 그렇게 마음을 찌르더라구요.
물론 집이 어려워서 그런거다 하고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지쳐서 때로는 반발도 해보고, 집에 주는 돈을 줄여보고 싶다 이야기해도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개념없다,싸가지가 없다, 이기적이다.하는 비난과 ㅁㅊㄴ, ㅆㄴ 등의 욕설이었고요.
가끔 딸이라고 찾는 것에 그래도 우리집이 평범한 것이겠거니 참고 살다가 회사에서 경력과 연차가 쌓이고 이직을 거치면서 연봉이 좀 올랐습니다. 처음엔 연봉계약서를 요구하면서 연봉이 올라간 만큼 생활비를 더 달라고 하시는 바람에 연봉계약서를 숨겼다가 이기적인ㄴ, 독한ㄴ 소리도 들었습니다.
특히 많이 부딪힌 부분이 소비패턴인데요...
처음에는 가전제품, 가구 정도라서 어느정도 감당이 가능했는데 가족들 직장생활 다 하고 생활이 좀 안정되나 생각했는지
그 다음에는 집을 보시더라구요.
물론 목돈 가지고 있던 것 거의 없이 대출끼고 시작했고
한번으론 부족했는지 금리 인상시기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이사를 갔습니다. 당시 저는 이직준비하고 있던 때라 반대했는데 너한테 부담안주겠다 내 알아서 하겠다 하시더니 막상 이사가고나니 대출금은 제가 주는 생활비로 내셨네요. 이것도 독립 직전 말싸움에서 알았습니다.
제가 드리는 생활비가 어떻게 나가는지 저한테는 전혀 상의 안하시고 그저 푼돈이라고만 이야기하셨거든요.
어머니 또한 직장생활을 안하신건 아니고
다른 형제들도 생활비를 일부 내고 있는 건 알지만
유독 제게 계속 요구치가 높아지는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앞자리가 바뀔때까지 단 한달도 쉬어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그 금액을 꾸준히 줘왔으니 당연하게 여기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가족이라고 몇년간 그생활을 반복하다
결혼할 사람이 생겨서 이야기를 했는데
너가 시집가면 우리집 생활비는 누가 내주냐며
너가 당장 이렇게 시집가면 우리 집 유지 못한다.
너가 생활비를 내는 것까지 이해해줄 수 있는 넉넉한 형편의 남자를 만나라 등의 말과 함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독립할 나이이고, 언제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염두에 놓고 있었어야 하는거 아니냐. 했는데 계속 돈 이야기만 하시는 어머님과 말이 통하지 않는단걸 깨달았습니다. 어머니한테는 제가 그 생활비보다 못했던건가 싶고,
제가 생활비 당연히 못 드린다. 그거는 너무 바라시는거 아니냐, 스스로 독립하셔라 했더니
저더러 그거 얼마나 된다고 그것도 못주냐.
너 혼자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0년 후의 내가 상상되면서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비참해서
그날이후로 생활비 전부 끊고 독립 선언하고 자취중입니다.
자취 중에도 연락 한 번 없으셨고, 겹치는 지인 통해서 연락하면서 제가 잘못한 사람을 만드시길래 앞으로 이런 전화 받고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이후로는 연락 없으셨습니다.
혼자살이를 하면서 최소생계비는 제외하고 월급의 60%씩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돈을 열심히 모아보니 그래도 돈이 어느정도 모아지더라구요. 10년 넘게 그 집에서 몇백도 모으지 못했던 것과 다르게 천단위로 쌓인 금액을 보니 허탈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내어 그 시간동안 묵묵히 기다려준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대로 관계를 애매하게 두면 안되지 않나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남자친구도 그 편을 원했고요. 그래서 몇달전 연락을 드렸습니다.
안부를 묻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대단하시더라구요.
첫마디가 어쩌자는거냐, 내가 너무 힘들다, 나 엿 먹이고 나가니 좋냐? 하는 원망섞인 말만 하셨고,
저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만 하시더니 기어이 의절 선언을 하셨습니다.
의절 선언이 슬퍼야 하는데 오히려 기쁘더군요.
제 발목의 족쇄가 풀린 느낌이었어요.
저희집 상황이 좀 복잡해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그과정에서 아버지는 이미 남이 되어버린 상태라 한쪽 혼주는 당연히 빌거라고 예상했고,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를 건너뛰고 다른 친척을 대신 앉힐 수는 없고 그래서 혼주석을 아예 비우려고 하는데
주변 친척분들이 어떻게든 설득해서 어머니를 혼주석에 앉히라고 하시니 갈등이 됩니다.
뭐 그 자리를 비워두면 시댁사람들에게 흠 잡힐지도 모른다나요...
애초에 이런 문제는 제가 너무 칼 같아서 좁혀지지 않는 것이라고, 제가 한번 숙이고 들어가라 상견례는 해야하지 않겠느냐 이야기하시는데
제 예비신랑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거부하는 분인데상견례에 참석하실리는 만무하고, 괜히 결혼식 와서 분위기만 흐려질까 싶습니다.
친척들이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도 뭐 상견례까지는 너가 이야기하면 참석할 용의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셨다는데(이건 친척분께 전해들었습니다.) 솔직히 못미덥습니다. 부르고 싶지 않고요. 이번에 접고 들어가면 저를 통제하려고 들 것이 뻔하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론 제가 매정하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객관적인 시선인걸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친척분들중 아무도 참석하지 않더라도 혼주석을 비우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매정한 사람인걸까요?
- 선택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