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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톡
[판] 시아버지가 먹던 밥을 버렸다.
무릎1g
댓글 10

 

 

 

 

 

시아버지와 함께 산지 3개월.

맞벌이라 7시 넘어서 지쳐 들어오면 배고프다고 옷도 안갈아입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밥차리라 지랄지랄하는 시아버지. 자기 밥 자기 손으로 차려먹으면 죽는 줄 아는 인간이다.

씻고나서 밥한다니까 자길 굶어죽일거냐며 당장 밥하라고 방방뛴다. 겨우겨우 옷갈아입고 밥하면 8시반.

기껏 차려줘도 이건 짜다, 저건 달다, 어디서 사왔냐... 식사인지 한식대첩 심사장인지. 남편은 옆에서 내 눈치만 본다. 간간히 맛만 있는데 왜 그러시냐고 내 편을 들지만 위로조차 안된다.

잘 참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데 날아든 시아버지의 한 마디.

느그 엄마도 이런 식으로 음식하냐? 엄마한테 배운게 있어야 뭘 하지.

듣자마자 시아버지 손에 있던 밥그릇을 뺏었다. 그대로 그릇채 싱크대에 부었다. 남편이 뭐라고 소리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남편의 밥그릇도 내 밥그릇도 모두 싱크대에 쳐넣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모두꺼내 쓰레기봉투에 털어넣었다.

남편이 팔목을 잡았다. 정신차리라고 했다.

시아버지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마냥 얼굴이 벌게져서 미쳤냐고 미친년이라고 했다.

남편한테 손놓으라고 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나 음식 안해. 사먹든 얻어먹든 빌어먹든 아버님이랑 당신이 알아서 먹어. 보고배운게 없는 년이 뭘 만들 자격이나 있어? 다 버려버릴꺼야. 나 지금 눈돌아가서 어떤 짓 할 지 모르니까 말리지마.

남편 손을 뿌리치고 하던걸 마저 했다. 김장김치도 남편이랑 같이 담았던 피클도 몽땅 버렸다.

시아버지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시름시름 앓는 척을 하고 남편은 아무 말도 없다.

오늘 아침 만원짜리 2장 식탁에 놓고 회사에 왔다.

자기 몸은 더럽게 챙기는 노인네이니 시켜먹든 나가서 먹든 하겠지.

남편에겐 처음으로 별거를 하자고 했다.

남편은 미안하다고 아버지를 다른 곳에 보낸다고 했다.

머리가 아프다. 시아버지만 없으면 해결될 일인가? 나중에 시아버지가 죽으면 날 탓할게 뻔하다.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

 

 

 

 

 

 

잠이 안와 뒤척이다 들어왔더니 베스트에 있네요.

좋은 글도 아닌데...

댓글을 보니 왜 돈을 두고 왔냐고 하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제가 돈을 두고 온 이유는 착해서가 아니고 아둔해서도 아니에요.

혹시나 나중에 밥 문제로 시댁쪽에서 걸고 넘어질 때를 대비해서 돈을 두고 왔던거에요.

"내가 밥은 안할지언정 며느리로서 최소한의 도리로 돈은 두고 갔다. 나는 할만큼 다 했다. 나는 떳떳하다." 라고 말 할 수 있게끔요.

그리고 돈이라도 안놓고 가면 동네방네 며느리가 자기 굶겨죽인다고 난리칠 양반인걸 뻔히 알아서 뒷말 못 나오게 미리 선수친 것도 있구요.

12살 때 엄마 돌아가시고 친척집 전전하면서 살았던 저에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에서 바퀴벌레마냥 죽지도 않고 꾸역꾸역 버텨냈는데 애미애비없는 호레자식 소리 듣기싫어서 피터지게 공부했던 저인데 착해서 시아버지라는 인간한테 밥먹으라고 돈을 줬겠나요? 주기 싫어도 준거에요..

무튼 오늘 퇴근하고 오니 현관앞에 족발시켜먹은 쓰레기가 널려있고 집엔 남편만 있더군요. 앉으라고 얘기좀 하자는걸 할 얘기 없고 아버님 어디로 내보내도 당신이랑 같이 못산다고 엄마 돌아가시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냉정하게 말했어요.

남편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이혼은 안되고 제가 용서할 때까지 자기가 나가 산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나갔어요.

내일 있을 곳 알아본다고 하는데 하나도 안쓰럽지도 걱정이 되지도 않고 무서울만큼 아무 느낌도 나지 않네요.

결혼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또 혼자가 되니 너무 서럽고 엄마가 보고싶고 잠투정할 때 토닥여주던 엄마 손길이 너무 그리워요. 힘들어요...

 

 

 

http://pann.nate.com/talk/327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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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보고 이 여자분이 그 후에 쓴 글을 찾아봄

 

 

글 쓴게 5월이니 거의 8개월이 지났네요.
한 해가 가고 계절이 세 번 지나간 사이 저에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혼했습니다.

정말 오래 그리고 깊이 생각했습니다.
12살때부터 원했고 간절히 바랬던 가족이라 그것을 깨버리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갈팡질팡하던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준건 시아버지와 남편이었습니다.

밥을 버렸던 그 날 이후 시아버지는 자신이 왜 멀쩡한 자기 아들 집에서 쫓겨나야되냐며 한 발짝도 집에서 못나간다고 기절하는 시늉까지 해가며 난리를 쳤습니다. 결국 경찰을 불렀고 남편과 시누들이 시아버지를 끌고 나갔습니다.

지금은 충북쪽 요양병원에 있다고 하는데 아마 시누이들도 모시기 싫다고 해서 그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전남편은 은근슬쩍 집에 들어오려고 하다가 제가 완강히 거부하니 짐을 챙겨서 나갔고 몇주동안은 저밖에 없다면서 이혼은 안된다고 구구절절한 문자를 보내고 퇴근시간에 회사앞에서 기다리고 온갖 선물들과 꽃바구니들을 매일 회사로 보내왔습니다.

예전같았으면 설레서 몇날 며칠을 곱씹으면서 좋아했을 저인데 그것들을 보면서 아무 생각도 안들었습니다. 회사앞에 찾아온 남편도 반갑기는커녕 스토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랑이 아닌 이 일을 무마시키고자 하는 속임수로 보이고 폭력으로 보였습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턴 그 다음은 정말 쉬었습니다.

변호사를 구했고 이혼 서류를 작성했고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절대 안된다며 네 맘대로 내가 이혼해줄 것 같냐며 비아냥대던 남편에게 변호사가 알려준대로 위자료 액수와 당신은 절대 이 소송에서 이길 수 없고 당신 아버지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니 순순히 합의이혼을 하겠다 했습니다.

집은 제 명의고 혼수는 각자 자취할 때 것들을 가져와 써거 재산 분할은 반반씩 내던 적금들이 전부라 잡음 없이 이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혼 서류 낸 날 은행에서 남편 몫의 적금을 보내고 집에 와서 제일 먼저 밥을 지었습니다. 그동안 시아버지 입맛에 맞춘다고 잘 해먹지 못했던 제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잔뜩했고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터지게 밥을 먹고 대청소를 하고 밤에는 티비를 보며 치킨과 함께 맥주도 마셨습니다.

이미 남편이라는 사람은 없으니 저라도 제 자신을 챙기지 않으면 않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하늘에 있는 엄마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일도 열심히 했고 승진도 하고 연봉도 올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알지만 가끔 모르는 사람이 남편은 잘 지내냐 물으면 아무렇지 않게 이혼했다고 모르셨냐며 웃을 정도로 단단해졌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사랑을 할 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저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좋은 얘기 해주시고 제 편이 되어주셨던 많은 분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지

 

내시고 나중에 좋은 얘기로 또 판에 오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세요.

 

 

http://pann.nate.com/talk/32952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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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름주의자

    글쓴이분 꽃길만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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