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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톡
ㄹㅈㄷ로 남은 먹짱 신입사원 글
또리비니
댓글 3

 

 

썰풀기전 짧게 내 소개를 하자면
중소 산업디자인회사에서 6년차에 중간 관리자고
물론 아래 나올 썰들은 이 회사에서 신입사원 한명이 한 일이다.

그 닭다리 4개 먹은 후배 썰 보니까 이 신입사원이 갑자기 떠오르더라.
그래서 삘받아서 씀. ㅇㅇ.

1. 입사.
거래처가 갑자기 10배로 늘어서 인원을 충원했는데
정말 이친구는 면접때 첫인상부터가 남달랐다.
33살, 면제, 정장을 입고 왔는데 와이셔츠 안에 일본만화 캐릭터 그려진 티를 받쳐입어서 다 비치더라.
그리고 머리가 굉장히 길었다. 머리만 보면 락스피릿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다른 지원자에 비해 의욕이 과도하다 싶을정도로 넘쳤는데 사장이 되게 흡족해 하더라.
대표가 좋다는데 뭐 어쩌겠나. 뽑아야지.

2. 첫출근날.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비도 오고 하니까 짬뽕이나 한그릇 할까 해서
배달시켜먹던 식당 전화해서 취소하고 중국집에 음식 주문했다.
사람도 많고 음식 갯수도 많으니 서비스 군만두가 시켜먹는 수준으로 오더라.
회의실에 다 같이 앉아서 밥먹는데 이 신입이 지가 먹던 짜장면그릇에
이 군만두를 한입 먹고 묻어놓고 또 군만두 집어서 한입 먹고 묻어놓고
이걸 반복해서 한접시를 혼자 다 처치함.

첫날이고 처음 봤고, 먹는거갖고 뭐라하는것도 치사해보일거 같아서
"천천히 먹어라. 모자르면 군만두 더 시켜줄테니까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이러고 말었다. 물론 더 시켜줬는데 반접시를 혼자 먹더라....

3. 근무중.
이 신입녀석 밥먹고 자리에 가서 앉더니 뭔가 혼자 골똘히 생각하더라.
그러고는 탕비실 들어가더니 방울토마토 1키로짜리 스티로폼박스 비닐 뜯지도 않은거 통채로 들고 나옴.
자리에 앉아서 그거 다먹더라. 씻지도 않고 그냥.
그리고 시원한 트림 꺼어어어어억~~~~
기가 차더라. 저놈은 먹으러 온건가 일하러 온건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첫날에"

4. NAS
사무실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용도로 나스 서버를 돌리는데
일없고 심심할때 볼려고 영화같은것도 넣어놓기도 한다. 물론 유료로 산거.
신입이가 나스 서버를 보더니 영화폴더가 있으니까
자기도 영화 갖고있는거 있는데 넣어놔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남은 용량 2테라를 애니하고 만화책으로 다 채워놨더라.

살다살다 에반게리온이 그렇게 시리즈가 많은걸 첨 알었다.

5. 출근하면.
보통은 아침에 출근하면 먼저 출근한 직원들하고 인사를 나누거나 컴퓨터 켜놓고 커피를 한잔 마신다거나 담배한대 피우러 간다거나 하는데
이친구는 먹짱이 강림하신건지 아침에 오면 메고다니는 가방도 안벗어놓고, 컴퓨터도 안켜놓고
왔다고 어느 누구한테 인사를 하는것도 아니고 무조건 바로 다이렉트로 스트레이트로 탕비실 직행.
아침에 출근해서 탕비실 들어가면 20여분 이상을 안나오는게 계속 그러니 궁금해서 들어가봤는데.

컵라면에 물받아놓고 오예스 다섯개 꺼내서 까먹으면서 음료수 2종 이상을 각기 다른 종이컵에 줄세워서 따라놓고
전자렌지엔 고향만두 중간짜리 한봉지가 통째로 돌아가고 있더라.

진짜 먹짱 만화책 주인공인줄 알었다.
(평균적으로 탕비실 간식 채우는 텀이 한달에 한번이고 야근 많을땐 두번인데
이 신입 근무하는 기간동안 야근 없이 한달에 3번 채웠다. 사장이 한소리 하더라. "요근래 간식비가 배 이상 늘어난거 같은데?")


6. 점심시간.
11시반~12시쯤 되면 회사근처 식당에서 백반 배달이 오는데
배달이 오면 신입은 하던일 다 던져두고 반찬 검열을 시작한다.
고기반찬류, 햄, 소시지, 동그랑땡 이런 종류 반찬이 없으면 밥을 안먹고 탕비실로 가서 아침에 먹는 메뉴로 배 채우고
상기한 반찬이 있으면 밥을 먹는데 나물류나 김치, 찌게, 국은 아예 손을 안댐.
오로지 입에 맞는 반찬으로만 밥을 먹는데 밥 다 먹고 나서도 이 반찬들이 떨어질때까지 집어먹고 앉어있다.
참다참다 화딱지나서 "야 너만 밥먹냐? 다른사람들 생각도 해야할거 아냐?" 하고 한마디 하는데 그 와중에도 젓가락은 안놓고 바삐 움직이고 있더라.

7. 회식
회식하면 기본메뉴가 소고기인데 이 먹짱 신입이 당연하게도 조용하진 않았지.
거래처중에 식육식당이 있어서 항상 거기로 갔는데
소고기값이 싼편이었는데도 혼자서 20만원어치를 먹어치우는데 식당 사장이 놀래더라.
이곳에서 장사한지 7년됐는데 혼자서 이렇게 많이 드시는분은 처음봤다고.

물론 그거 다 나랑 팀장이 구워줌.
신입이 하는일은 고기를 내가 혹은 팀장이 굽고있음 -> 젓가락들고 불판 주변에 대기 -> 구워짐과 동시에 약탈
사장이 보고있다가 "거 자네만 먹지말고 실장님이랑 팀장님도 좀 드시라고 구워드리지 그러나?" 하고 한마디 하니까
신입이 하는말 "제가 고기 먹는건 자신이 있는데 굽는건 잘 못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답답해서 내가 "그래 내가 다 구워줄테니 넌 열심히 먹어라." 그러고 옆테이블 불판 켜서 통채로 싹 다 구워줌.
사장은 인상쓰고 보고있었던건 덤.

8. 너 나가 이새끼야
사장이 출근/퇴근시간에만 잠깐 보이고 사무실에 거의 안들어오는데
이유가 '본인이 사무실에 지키고 앉아있으면 직원들이 부담된다' 임.
그냥 이양반 마인드가 본인이 할일은 때되면 월급주고 회식시켜주고 돈쓸일에 돈써주고
밖에서 거래처 관리만 하는거고 일은 나보단 실장이나 팀장이 더 잘알고 잘하니까 알아서 처리하고 보고만 해라 이런식.

한달에 같이 점심먹는게 정말 드문데 이날은 사장이 짜장면먹고싶은데 혼자먹기 좀 그렇다고 다같이 먹자고 사무실 와서 먹는데
이 신입놈이 눈치없이 2번에서 했던일을 한거임.

물론 사장은 그걸 보고 사람이 왜이렇게 이기적이냐고 회식때도 그러더니 이래가지고 사회생활 하겠냐고 친히 사장실에 불러다가 갈궜고,
신입은 그냥 거기서 죄송합니다 그랬으면 끝났을건데 사장한테 왜 먹는거가지고 뭐라하냐고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러냐고 대들어버린거.
사장 열받아서 "잔소리 까지말고 나가 이새끼야. 오늘까지 일한거 계산해서 입금해줄테니까 나오지마" 이러고 쫒아냄.

뭐 여튼 그러고 먹짱신입은 짤리고, 군만두는 직원들이 나눠먹을수 있게 됐지.


요약하자면,
1. 사회생활할때
2. 식탐은 적당히.
3. 대표한테 개기지 말자.

 

 

이 글 보면 짜장면이랑 컵라면 먹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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