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이 좋아서 비교적 일찍 자가를 마련했습니다. 이십대때죠. 아 물론 지방 소도시이며 논밭뷰가 펼쳐진 땅이 들썩거리고 있는 신도시??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제일 윗층이 하나 비었는데 아버지의 발빠른 처세 덕분에 퇴직금을 당기고 은행에 방두칸 내어주고 마련했지요.
여튼 결혼을 하고 바로 마련한 아파트로 들어가서 뱃속에 아가도 생겼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한적한 신도시 개발붐이 막 이는 그런 동네인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혹은 학원을 다니느라 바쁠텐데 자꾸만 옥상에서 노는 거였습니다.
아파트 안에 위치한 놀이터도 있구만 약간 시골이라 그런지 아파트 옥상문을 개방해서인지 자주 옥상에서 뛰면서 꺄르르 거리고 놀더라고요.
입덧이 있을때는 친정에서 지내다가 입덧이 끝나고 아기 용품으로 아기방을 꾸미며 집에서 지내다보면 유독 옥상에서 떠드는 아이들 소리에 예민해지더라고요. 제일 꼭대기층이라 콩콩 거리는 소리도 자주 들렸구요.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했더니 루즈하게 피곤하다는 말투로 옥상문 개방하지 않았다는 거짓말만 하더군요.
경비 아저씨랑 이야기도 나누어 봤구요.
경비 아저씨가 옥상문 확인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꺄르르 거리면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 눈치라 기다리다가 옥상문에 다가가서 문을 두드려도 봤죠... 그럼 잠잠해져요.
시간이 지나 아이를 출산하고 신기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다들 학원이나 어디로 잡혀갔나보다 하고 혼자 속으로 웃음을 지었지요.
근데 이곳의 글들을 읽다가 모골이 송연해지더라고요. 그때는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어요.
분명 거짓말이라 생각했던 아파트 옥상문은 늘 잠겨 있었네요....
제가 아이들을 혼내려고 살금살금 올라가서 옥상문을 열려고 하면 잠겨 있었어요. 분명히...
퍽 예민했던 시기라 문만 두드리고 짜증내다가 내려왔었는데요. 문이 열린 걸 본적이 없어요. 제가요....
그때는 아기를 돌보느라 무서운 줄도 몰랐는데 요즘은 생각해보면 그때 살았던 아파트가 무섭다고 생각이 들어요.
옥상에서 나는 소리는 진짜 아이들이었을까요? 잠긴 옥상문을 어떻게 열고 올라가서 놀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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