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기획안. 제보자 제공
아일릿 기획안. 제보자 제공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해 논란인 하이브 산하 빌리프랩 그룹 아일릿 기획안이 실제 뉴진스 기획안과 상당 부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겨레가 ‘빌리프랩 신인 걸그룹 기획안’(아일릿 기획안)과 ‘21년팀 런칭전략’(뉴진스 기획안)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문서 디자인과 전략 등에서 유사한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디자인의 유사성이 눈에 띈다. 같은 템플릿(틀)을 사용한 것처럼 서체와 디자인이 비슷하다. 특히 원을 활용한 기법이 양쪽 모두 여러차례 등장한다. 뉴진스 기획안은 민 전 대표가 2020년 5월 하이브 최고브랜드관리자(CBO) 시절 키노트(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로 직접 디자인하고 내용을 작성해 임원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하이브 전체가 같은 탬플릿을 사용하는지 확인한 결과, 레이블마다 각기 다른 템플릿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진스 기획안. 제보자 제공
아일릿 기획안. 제보자 제공두 그룹이 지향해야 할 차별점도 ‘동질감’과 ‘동경심’으로 일치한다. 뉴진스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틴(10대) 인플루언서’, 아일릿은 ‘크리에이터’를 키워드로 제시한다.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는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두 문서는 사례로 미국의 유명 유튜버 에마 체임벌린을 동일하게 소개한다. 향후 전략에서 쇼트폼을 활용하고, 대중의 라이프스타일에 다가갈 수 있는 실용적 굿즈 사업을 제시한 것도 겹친다. 이를 본 가요계 한 관계자는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크리에이터로 바꾼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같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눈여겨볼 지점은 문건 작성 시점이 뉴진스는 2020년, 아일릿은 2023년이라는 점이다. 시장 상황이 몇달 사이에도 급변하는 케이(K)팝 시장에서 3년 터울인 두 문건의 유사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걸그룹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가요계 한 관계자는 “시장 분석과 전략적 방향성까지 두 문건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서 디자인과 논리, 전략 방향성까지 유사한 기획안을 통해 걸그룹을 연이어 데뷔시키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아일릿 기획안. 제보자 제공
뉴진스 기획안. 제보자 제공앞서 민 전 대표 쪽은 지난달 11일 자신이 뉴진스 기획안을 빌리프랩에 전달했다는 하이브 내부 고발자의 녹취를 공개했다. 그는 녹취록에서 “그거를 똑같이 만들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하기는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빌리프랩은 “아일릿의 브랜딩 전략과 콘셉트는 2023년 7월21일에 최종 확정되고 내부 공유된 바 있다”며 “제보자가 이른바 ‘기획안’을 (빌리프랩에) 보내온 것은 그 이후인 2023년 8월28일자로, 시점상 아일릿의 콘셉트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의 표절 의혹 제기에 대해 업무 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15649?sid=103
- 선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