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이 진실게임을 멈춰야 했다. 한쪽은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맞섰다. 팽팽한 평행선 위 3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대중은 한 쪽에 ‘가해자’란 낙인을 찍었다.
최근 유명 유튜버 곽튜브(곽준빈)가 에이프릴 출신 배우 이나은을 자신의 여행 콘텐츠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현주 왕따 가해 주동자’ 의혹을 받는 이나은을 ‘자칭 왕따 출신’ 곽튜브가 ‘대리 용서’ 했다는 이유에서다.
곽튜브는 구독자가 떨어져 나가고 잡혀있던 행사가 취소됐으며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에이프릴 이나은은 지난 2021년에 이어 또 한 번 ‘씹고 뜯고 물리는’ 언론과 대중의 먹잇감이 됐다.
감정적 싸움, 실체와 증거 없는 사건을 풀어내는 데는 주변인의 눈과 입이 중요 증거가 된다. 그래서 에이프릴 데뷔부터 해체까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관계자 5인을 스포츠경향이 만나 물었다. 그룹에 왕따와 괴롭힘이 있었나요?
“따돌림은 억지 주장,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다고 생각” (소속사 관계자 출신 A씨)
“이나은 왕따 주동자설은 마녀사냥, 억울한 사람만 생긴 사건” (매니저 출신 B씨)
“5명이 1명을 따돌리고 괴롭힌 게 아니라, 1명이 5명 괴롭혀” (헤어 디자이너 C씨)
“왕따 아냐, 어떻게 터질지 무서워 아무도 못 건드려” (헤어 디자이너 D씨
에이프릴의 연습생 시절부터 지켜봐 왔다는 소속사 관계자 출신 A씨는 이들 사이 왕따와 괴롭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서로가 괴로웠던 건 있을 수 있으나 누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십 대 아이들이 모인 그룹이에요. 이 나이 또래 아이들 한 반에 30명이면 30명 모두가 친해질 수 없듯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마음이 잘 맞고 모두가 서로를 좋아할 수가 없어요. 에이프릴도 누구와 누구는 결이 맞고 또 누구와는 맞지 않기도 했습니다. 친해졌다가 멀어져다가 또 친해지기도 했어요. 그게 이상한가요?” (A씨)
그룹의 매니저를 맡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알고 있는 B씨 생각은 어떨까. B씨는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져 오는 과정을 보면서 그저 마녀사냥 같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역시 “누구하나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대처가 미흡했다고 말들 하는데, 당시 회사 사람들 모두 황당했습니다. 신발, 텀블러, 김밥 같은 건 괴롭힘의 근거라 생각 안 했고,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멤버들이 진짜 잘못한 게 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꾸 언급해봤자 이슈 거리만 되는게 현실이지 않나요. 법원도 불송치 이유서를 통해 ‘왕따와 괴롭힘이 없었다’고 적었는데, 대중들은 사실을 외면하고 믿고 싶은대로 믿잖아요. 이 인터뷰 역시 얼마나 믿어줄지 의구심이 갑니다.” (B씨)
■ 피해자가 가해자가 됐다?!
다만 이들은 에이프릴 내 불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화의 원인은 피해자라 자처한 이현주라며, 다른 멤버들이 오히려 피해자로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주가 숙소를 자발적으로 퇴소하고 홀로 개인폰을 사용했으며, 연습에 불참하고 각종 스케줄을 펑크내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그룹 생활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룹 전체 이미지에 피해를 주고, 멤버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에이프릴의 연습생 시절부터 헤어 스타일링을 담당한 C씨와 D씨는 “매일 새벽 이들을 만나고, 현장 스케줄도 동행했다. 옆에서 지켜봤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었다”면서 “5명이 1명을 왕따시키고 괴롭힌게 아니라 1명이 5명을 왕따 시키고 괴롭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솔직히 2021년 이현주 남동생 폭로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콧방귀가 저절로 뀌어졌습니다. 보통 그런 일이 생기면 ‘아, 쟤가 아주 힘들었구나’ 하잖아요. 근데 지켜봐 온 저는 그런 마음이 안 들었어요. 훨씬 이전부터 ‘단체생활에 적응 못할 거면 아이돌 하지 말았어야지, 왜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주고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받고 싶어할까’ 생각했습니다.”(C씨)
“그때도 지금도 다들 현주를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신인인데도 잠적을 해서 음악방송에 2번이나 펑크를 내고, 약속된 시간에 매일 늦고, 심지어 안 나타나는 일도 있었어요. 어떤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따돌림이요? 다들 그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그룹을 지키기 위해 어르고 달래는 분위기였습니다.”(D씨)
자신 역시 에이프릴을 연습생 시절부터 해체까지 지켜봤다고 소개한 관계자 E씨 역시 이현주의 태도를 지적했다. 매일 연습실에서 에이프릴 멤버들을 마주쳤다는 그는 “현주는 아티스트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별로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E씨는 “현주는 가장 연습이 필요한 멤버였지만 가장 노력하지 않았다. 연예인이다 보니 다들 기 싸움 있다. 분량 욕심부리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현주는 욕심만 가득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억지를 부려 멤버들의 인생을 망쳐놨다. 그의 언행과 태도에 누군가 제지를 하고, 문제를 일으킨 것에 책임을 지게 했다면 여기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저는 위치상 중립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주에게 악감정 없어요. 저에겐 잘했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가해자로 몰리는 건 너무 억울해 보입니다. 멤버들도 어리고 너무 착해서 별말도 못했어요.” (E씨)
아이돌 내 왕따와 괴롭힘은 끊이지 않는 이슈다. 가요계에서 짧게는 십 년, 길게는 이십 년 넘게 일해 온 이들은 이 사건이 ‘황당한 마녀사냥’ 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엉뚱한 이들이 가해자 낙인이 찍혀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키워 온 꿈을 다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드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했다.
“진실이 너무 두껍게 가려진 것 같습니다. 정말 연예계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더라고요.”(E씨)
“이나은이 왕따 주도요? 걔는 그럴 깜냥도 안 됩니다.” (C씨)
“왕따와 괴롭힘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지금도 주변에서 지금까지 작업한 연예인 중 누가 제일 괜찮냐 물으면 ‘에이프릴’이라 말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만난 가장 착한 아이돌이었어요.” (D씨)
“이번 곽튜브 사건을 보면서 진실엔 관심도 없는 악플러들이 똘똘 뭉쳐 이나은을 왕따 시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거야말로 괴롭힘 아닌가요. 실체 없는 사건으로 한 사람이 수년간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겁니다. 에이프릴은 달려가는 과정에서 아쉬운 지점이 생겼지만, 다 소중한 인간 들이고, 서툰 시간들입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더이상의 피해자는 없었으면 합니다.” (A씨)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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