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9명의 음악 전문가들이 뽑은 ①아이유가 우리 대중음악계에 끼친 영향과 의미 ②아이유 대표곡 3곡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① 스스로 곡을 쓰고 만들어 전세대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그 존재감이 동세대 아티스트 중 유일무이하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최초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기도 하다. 기획사, 방송사의 흐름에 이끌리지 않고 자체제작 채널과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만들어가는 팝 제국이 있다면 한국에는 아이유가 있다.
②▲좋은날 : 아이유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한 영원한 히트곡이다. '3단 고음'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 정도로 충격을 안긴 곡이다. 이후 당시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아이유의 작품에 참여하여 놀라운 완성도를 선보였다.
▲너의 의미 : 전세대에 소구할 수 있는 아이유가 '꽃갈피' 리메이크 앨범으로 완성됐다. 청년층에게 인기있던 아이유가 진정한 '국민 여동생'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2010년대 말 레트로 열풍을 예견한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바이닐 반의 천문학적인 가격이 그 가치를 증명한다.
▲러브 포엠(LOVE POEM) : '러브 포엠'은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만개를 알리는 앨범. 2010년대 초 아이유의 정규 앨범에서 볼 수 있었던 대곡이 등장했으며, 간결하고 트렌드를 관통하는 타이틀 곡이 있었다. 그 중 (더블 타이틀곡 중 한곡인) '러브 포엠'이 중요하다. 2019년 말은 설리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고 모두가 슬픔에 잠겨있던 때였다. 여성 가수로, 유명인으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아이유가 거듭 어두워지고 삭막해지는 청년 세대에게 함께 살아가자고, 희망과 힘을 불어넣은 곡이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①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인기를 얻은 뒤 음악적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해온 가수. 전통적인 고음 위주의 보컬에 소위 말하는 인디 신의 감성까지 포괄함으로써 기존 여성 뮤지션들의 매력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했다.
② ▲좋은 날 : 2000년대 중후반 국내 대중음악 신은 크게 '소몰이 발라드'와 빅뱅·원더걸스·소녀시대 K팝 아이돌의 르네상스 두 가지 흐름이 이어졌는데 그 속에서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고 음색과 노래의 힘만으로 2000년와 2010년대를 완벽히 구별할 수 있게 해줬다.
▲너의 의미 : 20세기 한국 가요의 아름다움을 2010년대 감성으로 재해석 들려줬고 젊은 대중 사이에서 배우로 인식이 된 김창완과 앙상블을 통해 그를 다시 한번 2010년대 뮤지션으로 소환했다. 아이유는 가요계 '마스터 키'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목소리를 가져다 붙여도 물리적이 아닌 화학적으로 결합한다. 자기도 살고 선배도 살리는 묘수를 발휘하는데 '너의 의미'가 그 화룡점정이다.
▲팔레트 : 무명이던 시절과 톱이 된 자전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아티스트로 자리 잡는데 본격적인 초석이 된 곡.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① 아이돌과 비 아이돌, K팝과 비 K팝 등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가 가장 복잡하고 민감하고 여기고 있는 논의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음악을 유유히 해내고 있는 음악가라는 점이 가장 대단하다. 여러 분야에 걸쳐 전문가와 대중이 가진 고정 관념을 자신의 성장 속도에 맞춰 차근차근 정면으로 깨 나가는 패기와 기세도 훌륭하다. 더불어 21세기 한국 대중음악이 낳을 수 있는 마지막 '국민가수'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② ▲너랑 나 : '좋은 날'과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와 '라일락' 사이에서 영원히 달콤하게 울려 퍼질, 오직 아이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의 순간. 김이나 작사, 이민수 작곡, 아이유 노래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밤편지 : 국민 여동생, 히트곡 메이커, 논란의 중심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소음에서 벗어나 노래 안에 담긴 풍경과 감성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보컬리스트가 됐다는 증표 같은 곡. 작사가로서의 아이유의 재능이 빛을 발한 대표곡으로서의 의미도.
▲이름에게 : 특정 대상이나 세대가 아닌, 더욱 크고 넓은 감정과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대형 가수로의 성장을 증명하는 곡. '2017 멜론 뮤직 어워드'(MMA)에서 아이유가 이 곡을 부르던 순간은 2010년 대 한국 대중음악의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을 것.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
①아이유는 솔로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얼마나 좋은 노래로 심금을 울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줬고, 특정 세대/젠더의 멘탈리티를 케이팝과 다른 방식으로 대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취향이 분화된 시대이지만 2010~2020년대 젊은 세대의 영혼에는 아이유의 노래가 머무는 집이 있을 거다.
②▲좋은날 : 아이유를 대중들에게 알린 곡이다. 지금 다시 보면 어색하지만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러브 포엠 : 아이유의 대표곡은 아니겠지만 아이유가 윗세대의 어떤 싱어송라이터나 보컬리스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뮤지션임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명곡이다.
▲개여울 : 이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를지 몰랐거든요. 리메이크 음반에서 더 사랑받은 노래는 다른 곡이지만 의외의 선택이자 예상을 깬 결과물이라고 느꼈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①아이유처럼 세대와 취향을 넘어서 고르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가수가 지금 시대에 드물다. 음악계 환경 변화로 좀처럼 유니버설한 스타가 나오지 않는 시점이라 그 위상이 더욱 독보적으로 다가온다. 비록 개성이나 명반으로 회자되는 뮤지션은 아니지만 긴 안목의 영리한 활동과 올라운더 재능 역시 얼마나 중요한 역량인지 우리 음악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②▲밤편지 : 멜론 '좋아요' 46만에 달하는 MZ 세대 국민 가요. 동시대 음악에 '고전'이란 수식을 붙이기 쉽지 않지만 이 노래에는 어색하지 않다.
▲좋은날 :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탄생했던 순간.
▲스물셋 : 이 노래가 없었다면 지난 15년의 디스코그래피가 조금 단조롭지 않았을까. 반전과 대비의 순간을 만들어 아이유를 다시 보게 만들었던 노래.
이재은 프리랜서 PD(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①솔로 여성 아티스트로서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힘, 그 과정을 지난 15년 동안 볼 수 있었다. 늘 자신과 주변을 깊이 들여다보며 사유하고 시기마다 그녀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풀어내어 대중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대체로 포근한 목소리로, 때로는 시원하고 앙칼지거나 투정이 섞인 투로, 동화와 수필을 오가며 아름다운 색깔의 음악을 들려줬다.
②▲좋은날 : 아이유의 커리어 초기, 많은 대중에게 가 닿을 수 있었던 곡이다.
▲밤편지 :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의 감성과 정체성을 가장 잘 담아낸 곡이라 생각한다. 서정적인 기타 선율에 더해진 아이유의 목소리와 가사, 그리고 숨소리와 정적까지 담아내는 섬세한 표현력.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를 노래로 설명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라일락 : 10년이 넘어도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며 춤을 추는 아이유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예쁜 포장지에 넣어 고이 접어 보내는 노래로, 아이유와 함께 성장해 온 세대의 청자라면 행복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곡이다.
임희윤 음악전문 기자(희미넴·Yuni Lim)
①아이돌 가수로 출발했지만 아이돌이란 태생적 주형(鑄型)을 스스로 깨뜨리고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으며 거기 그치지 않고 한 세대의 롤모델, 아이콘으로 다시 태어난 드문 케이스. 가수-작사·작곡가(싱어송라이터)-프로듀서·기획자의 길을 10대 후반~30대 초반에 모두 거치고 달성해온 아이유는 배우, 광고모델로도 톱의 위치에 섰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한국에서 전무후무에 가까운 여성 팝스타의 형태다.
② ▲좋은 날 : 아이유의 첫 메가 히트곡이자 그를 국민 여동생의 지위로 올려놓은 노래. 귀여운 소녀부터 감수성 짙은 숙녀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한 곡 안에서 보여줬다. 아이유는 탁월한 '음악 연기자(또는 청각 연기자)'인데 곡의 분위기에 따라 창법, 음색을 최소 10가지 이상으로 바꿔서 연기할 수 있는 명배우다. 이 곡의 기승전결에서 아이유의 가창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특별한지를 알 수 있다. 화제가 됐던 '3단고음'을 뜯어보면 이건 그냥 '미친 고음' '초고음'이 아니다. 3옥타브 '미'를 세 마디나 지속하다가 '파'-'파#'으로 반음씩 세밀하게 진행하는, 지구력과 섬세함을 겸비해야 가능한 기나긴 악구(樂句)다. 테크닉, 해석력, 감성, 연기력까지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이 곡의 발매 당시 아이유의 나이는 불과 17세였다.
▲셀러브리티(Celebrity) : 아이유는 커리어의 초중기에 아이돌형 댄스곡, 팝/록, R&B풍 발라드(또는 R&B), 감성 드라마 주제곡 등을 거쳤다. 중기에 재즈나 월드뮤직의 영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곡은 사운드나 편곡에서 그간의 결을 벗어났다. 동시대의 음악적 트렌드를 최대한 흡수한 일렉트로닉 팝. 그런데 역설적으로 '셀러브리티'를 키워드로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와 '역(逆-)의 동경'을 담은 가사가, 트렌디한 사운드와 이율배반을 이룬다는 면에서 특별하다. '왼손으로 그린 별'에 대한 동경을 담은 작사는, 현실 속에서 최대의 메이저 팝스타가 돼버린 아이유가 평행 우주 속에서 '인디 예술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두고두고 상상해보았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라일락 : 메인 멜로디는 전반적으로 동양적이라고 할 만큼 매우 미니멀하고 경제적인 음의 사용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도 후렴구에 과감하게 반음계 상향 진행('…날 good bye')이나 블루노트('Love me only till this spring')를 사용한, 은근히 파격적인 곡. 아이유가 프로듀서로서 이런 곡을 택한 것, 가수로서 해석력, 작사가로서 이런 독특한 악곡과 멜로디에 공감각적인 시어를 매우 감각적으로 배치한 것까지…. 두루두루 아이유의 예민함, 영민함, 예리함, 섬세함을 조용하나 강력하게 과시한 곡.
조혜림 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
①국내 음악에서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역사는 아이유 전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이란 기록을 갱신한 아이유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독보적으로 펼쳐보이는 싱어송라이터로서 10대의 국민 여동생 시절을 넘어 20대엔 다양한 감정과 성장,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개인의 사색을 넘어 전 세대의 대중이 공감하는 음악이 주는 힘을 증명했다. 청각적 아름다움과 시각적 즐거움을 다채롭게 선보이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유의 변화는 끊임없이 도전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와 색 또한 뚜렷하게 이어가는 완전한 아티스트의 표본이다.
②▲미아 : 통기타를 메고 아이돌이 아닌 새로운 존재를 꿈꾸며 나타난 애띤 소녀의 등장. 모든 이들의 주목을 이끄는 화려한 데뷔는 아니었지만 뻔하지만 뭔가 조금 독특한 소녀감성과 호소력,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아이유의 비기닝.
▲팔레트 : 아이유의 완전한 변화의 시작이자 앞으로의 그녀만의 새로운 유니버스가 창조됨을 선언한 곡인 팔레트. 어리고 당찼고, 사랑받았던 여동생이었던 자신을 추억하며 아름답게 보내주고 이제 확고한 자신만의 취향과 자신이 그려갈 다채로운 컬러의 스펙트럼을 팔레트에 담아 표현했다.
▲라일락 : 아이유의 마지막 20대를 떠나보내는 독특하고 진한 향을 품은 꽃 라일락. 그녀의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 성장과 아픔, 수많은 변화들 속에 싱어송라이터를 넘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까지 펼쳐보인 라일락은 사랑스럽고도 찬란한 과거를 향한 송가다.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①개인의 취향에 따라 파편화돼 '국민적인 히트송'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최근의 흐름 속에서, 그래도 아이유는 세대를 넘어선 보편적인 노래를 전파하는 몇 안되는 아티스트다. 더불어 기획과 제작의 측면이 강해진 K-팝신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창작력을 기반으로 성취해 낸 결과라는 점에서 그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음악'의 힘을 중심에 놓고, 대중을 반 발 앞서는 파격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것이 10년이 넘도록 최정상에 군림하게 끔 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②▲좋은 날 : 아이유 커리어 초반의 정체성을 결정지음과 동시에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게끔 한 결정적인 곡이었다.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간점에 있던, 다소 애매했던 포지셔닝을 역이용한 곡이기도 했다. 후크송이 난무하던 당시 경향과는 다른 스케일 큰 현악 세션과 단단한 가창력으로 세대를 불문한 큰 인기를 누렸다. 아직도 아이유하면 '국민 여동생'이나 '3단 고음'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두 키워드 모두 이 곡을 거쳐 정착한 만큼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 중요한 곡 중 하나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밤편지 : 한국대중가요사 중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아이유의 장점이 잘 살아있는 노래다.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경험을 빌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숙면을 빌어주는' 유려한 언어들. 기교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실어낸 진실된 가창. 순간의 폭발력을 지향하는 타 가수들과 달리 잔잔함 가운데 영원의 지속성을 부여하고, 삶에 정착하는 '음악'의 소중함을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새겨내고 있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이 노래가 세레나데인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자장가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가 던지는 메시지가 각자에게 있어 자신만의 싹을 틔우는 씨앗의 역할을 하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세월과 거리를 둔 덕분에 3년 연속 멜론 '연간차트' 진입, 2010년대 '연대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그 업적은 꾸준히 축적돼 왔다. 언제 들어도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노래라는 건 의외로 흔치 않기에, 이 노래가 시간이 갈 수록 더 조명받고 있지 않나 싶다.
▲너의 의미 : 이 곡을 통해 세대간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하지만 이 곡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다시 부르기'에 그치지 않고, 원곡의 감성은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색을 부여하는 어려운 작업을 훌륭히 해낸 곡이다. 안 그래도 무거웠을 '산울림'이라는 그림자를, 결국 자신의 음악을 더욱 많은 곳에 퍼뜨리는 '조력자'로서 품어내는 그의 역량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던 곡이다. 중장년 층에게는 아이유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입문곡으로, 젊은 층에게는 옛 가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던 매개체로서 작용하며 단순한 '히트곡' 이상의 역할을 해낸 노래다.
1위 좋은날 (7표)
2위 밤편지 (4표)
3위 너의의미, 라일락 (3표씩)
평론가마다 픽이 다르긴한데 특히 '좋은날'이랑 '밤편지' 이 2곡은 거의 다 들어가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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